목양칼럼
[목양칼럼] 건강한 밥상 공동체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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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밥상 공동체를 꿈꾸며
한국 사람들에게 밥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삶 그 자체와 연결된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인사말에도 밥이 자주 등장하죠. 어른들은 “밥은 먹고 다니냐”라며 안부를 묻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을 때는 “언제 밥 한번 먹자”라고 합니다. 기분이 안 좋을 때는 “나 밥 안 먹어”라고 말하기도 하고, 화가 나면 “넌 국물도 없다”는 말로 엄포를 놓기도 하죠. 부탁을 할 때는 “도와주면 밥 한 번 살게”라고 하고, 누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밥맛 없다”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한심해 보이는 사람에게는 “저래서 밥이나 벌어 먹겠냐”고 비꼬기도 하고요. 반대로 비아냥거릴 때는 “밥만 잘 먹더라”고 하기도 하고, 제 일을 제대로 못 하는 사람에게는 “제 밥그릇도 못 챙긴다”고 타박하기도 하죠. 피곤해서 자겠다고 할 때도 “밥 먹고 자라”는 말은 빠지지 않습니다.
지난달 우리 교회에서도 이런 식탁의 교제가 많았습니다. 포도원지기 워크숍에서는 포도원지기들과 그 아내들, 부지기들, 그리고 이전 지기들까지 함께 모여 세미나를 하고 식사를 나누며 교제의 기쁨을 누렸습니다. 여선교회 연합 수련회에서도 그동안 한 테이블에서 같이 식사할 기회가 없었던 1여선교회부터 5여선교회 회원들이 함께 앉아 먹고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고, 참 행복했습니다. 지난 주에는 예배위원회 전체 모임도 있었습니다. 모두 함께 게임을 하며 웃고, 음식을 나누며 한 가족 같은 기쁨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이런 교제를 ‘밥상 공동체’라고 부릅니다. 밥상은 밥과 반찬을 차려 놓은 상이고, 공동체는 이익을 추구하는 모임이 아니라 서로 연대하는 기본 정신을 지닌 모임입니다.
예수님도 먹고 마시는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제자들과 함께 식사를 나누셨고, 세리와 죄인들과도 함께 식탁 교제를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천국을 잔치집으로 비유하시곤 했습니다. 예수님이 우리 마음의 문을 두드리실 때, 우리가 문을 열고 영접하면 그분이 우리와 함께 먹고 마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이제 가을, 추수의 계절이 되었습니다. 이 가을에 서로 함께 먹고 교제하며 사랑을 나누는 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한 솥 밥을 먹는 사람을 우리는 ‘식구’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피를 나눈 가족은 아니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한 ‘식구’로 자라가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앗, 이러다가 앞으로 “목사님, 밥 한번 사세요”라는 말이 자주 듣게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2024년 10월 6일 박일룡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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