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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칼럼]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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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er : 로뎀장로교회 Date : 2023-08-30 View : 1,223

본문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

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벌써 9월의 문턱에 들어섰습니다. 남가주는 뜨거운 태양빛으로 이글거리지만 이미 북쪽 끝까지 갔던 태양은 다시 가던 길을 돌이켜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가을로 접어드는 길목입니다. 가을이면 자주 떠오르는 시가 바로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란 시일 것입니다.

 

누구나 낙엽 지는 가을이 오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마련입니다. 계절의 순환이 어김없이 돌아오듯 인생의 마지막 순간도 누구나 맞게 됩니다. 그래서 좀 더 사색하게 되고 일상의 일이 아니라 영원에 대한 생각을 품게 되는가 봅니다. 시인은 그 가을의 문턱에서 겸허하게 절대자를 추구하며 기도합니다. 그리고 그 기도는 한 사람을 향한 사랑이 되기를 소망하며 깊이 있는 내면의 성찰을 간구합니다.

 

아직 날이 덥고 낙엽이 지지 않는 남가주에서는 그런 인생의 사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래도 가던 길을 멈추고, 하던 일을 잠시 중단하고, 우리의 내면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해 질 녘 커피 한 잔, 차 한 잔을 두고 공원이나 바닷가에 앉아서 말입니다.

 

그렇게 우리의 가을의 기도도 깊어가고 영글어 가기를 소망해 봅니다.

 

202393일 박일룡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