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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칼럼] 하나님의 구원을 기억하는 기억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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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구원을 기억하는 기억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지난 토요일 아내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크레딧 카드로 얼마 짜리 물건을 구입한 적이 있나구요? 갑자기 물어보니 기억이 나지 않는 거예요. 그날은 목양실에만 있었으니 쓰지 않은 것은 확실한데 그래도 크레딧 카드는 며칠 지나고 청구되는 경우도 있으니 기억을 더듬어 보았는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더럭 걱정이 되었습니다. 치매가 시작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나중에 집에 가서 물어보니 크레딧 카드 회사에서 전화가 왔는데 이상해서 스탑 페이먼트를 하고 확인 차 전화가 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기억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제가 쓴 것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한숨을 놓았습니다.
독일의 심리학자인 헤르만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 의하면 사람은 배운 것을 20분 후에 40%, 1시간 후에는 50%, 일주일 후에는 80%를 잊어버리고, 한 달 후면 90%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잊어버리는 것은 뇌의 자연스러운 기능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독일의 철학자 프레드리히 니체는 인간은 본성상 ‘망각의 동물’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망각은 단순한 타성력이나 이성능력의 부재가 아니라 삶을 기능하게 하는 하나의 동력이자 적극적인 장치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망각하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을 수 있으면 잊어버림이 있기 때문에 현재에 이르러 행복할 수 있다”라고 설명합니다. 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복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결혼할 때 아내에게 기념일이나 발렌타인데이 같은 것에 선물을 기대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저는 성경적으로 주일만 지킨다면서 말입니다. 제가 잘 기억하지 못하니 미리 실망하지 않도록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야기한 것입니다. 그러나 살다 보니 이런 기념일도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 삶에 익숙해져 버리고,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기억해 주지 않으면 잊어버리고 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그런 기억장치를 주셨습니다. 안식일을 주시고, 절기를 주셔서 하나님께서 그들의 구원자 되시고, 광야 길을 인도해 주시고, 지금도 소산의 복을 주신 분임을 기억하라고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다른 것은 잊어버려도 하나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구원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구원을 얻었는지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해야 합니다.
주일 예배도 하나님을 기억하는 장치입니다. 매일 성경 묵상도 또 다른 기억 장치가 될 것입니다. 다양한 기억장치를 통해서 하나님의 구원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내일을 소망 가운데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2024년 2월 4일 박일룡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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